<기름 두고 펼쳐지는 한일전>

🦘: 님, 한국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동안 한국은 천연자원 없이 인적자원으로 발전한 나라로 알려졌는데요. 1968년부터 조용히 시작된 산유국의 희망은 이대로 가다간 2년 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분야의 대표주자인 반도체 산업도 최근 위기를 맞고 있죠. 오늘 레터에서는 위기에 봉착한 ‘7광구’와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반도체 과학법에 따라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과학법은 일명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라 불리는 법안으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육성 법안인데요. 해당 법안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보조금을 포함한 527억 달러(약 69조 원)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으로 지원됩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글로벌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는데, 이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업계에 240억 달러(약 32조 원)를 지원하는 효과와 맞먹죠.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된 독소 조항과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따라 받게 되는 여러 제한으로 인해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 유럽 등의 국가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 보조금 받으려다 기술 유출되겠어

기업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급 기준 독소 조항에는 생산시설 접근권과 예상 현금 흐름 등이 담긴 재무 계획서 등의 요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며, 경쟁사와의 공정 격차가 원가·성능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에 이러한 정보 공개는 핵심 기술 유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은 반도체 산업에는 극비 사항이기 때문이죠. 또한 1.5억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을 지원받는 기업이 기대 수익을 초과할 경우 초과 수익의 일부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데요. 이 경우엔 미 정부에서 최대 보조금의 75%까지 회수할 수 있습니다.  

🇨🇳 중국 투자 포기? 쉽지 않아

기업들이 보조금 수혜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최대 10년간 중국 등의 우려 국가에 반도체 투자나 공장 증설을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우 중국 생산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데요.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플래시(NAND)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생산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산시설을 철수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죠. 그럼에도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 또한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라 미국의 보조금을 거절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입니다(세금 인허가 문제, 정치적 문제 등).

🗣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조금 지급 기준에는 돌봄 확대와 여성 인력 채용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해당 법안이 여성 채용 확대와 유지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미 상무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 상원에서는 이러한 보조금 지급 기준이 본래 법 취지와는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라는 중요한 사업에 노동시장, 내수경기 활성화와 같은 다양한 정책까지 한 번에 추진하며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본래 목표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죠.

⚖ K-칩스법으로 지원사격에 나서는 정부

미국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곤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습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일명 ‘K-칩스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인데요. K-칩스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 8→15%, 중소기업 16→25%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세제 개편을 통해 반도체 업계는 3조 6,500억 원의 세 부담을 줄이게 됩니다. 그동안 K-칩스법은 여야 당쟁으로 인해 수개월간 국회에 표류하였는데요. 하지만 지난 8일, 여야가 상황의 시급함을 깨닫고 해당 법안을 오는 16일에 조속히 합의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이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요. 경기 불황으로 인해 26년 만에 재고율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안 그래도 한파를 제대로 맞고 있는 K-반도체 시장에 불어온 칼바람. 막 풀리기 시작한 봄 날씨처럼, 과연 반도체 시장에도 다시 봄이 올까요...? 🌸

by. 👾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