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BTS 군대 가? 말아?>

🦘: 최근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의 BTS 병역특례 관련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4년째 제자리였던 논의에 진척이 있을지 세간이 주목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 병역은 특히 민감한 사안인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BTS 병역특례’와 ‘여성 징병제’를 통해 병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고루 다뤄보았습니다.

© BTS official 트위터

💵 무시할 수 없는 한류의 위상과 경제적 가치

퇴임을 앞두고 황희 문체부 장관이 방탄소년단(BTS)의 국위선양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며 병역특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3월에 개최된 BTS 콘서트는 1회당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두며 4,801억 원의 부가가치를 가져온 바 있는데요. 이와 같은 경제적 파급력을 근거로, 병역 의무 이행 때문에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며 한류 콘텐츠를 보다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회견의 골자였죠. 이에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게 부딪히며 다시 한번 병역특례의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되었습니다.

🤨 그놈의 병역특례, 정확히 어떤 제도인데?

병역특례제도는 크게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분야와 예술·체육요원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전자는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연구기관이나 산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으로 일정 기간 대체 복무할 경우 병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후자는 국위선양에 기여하기 위해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해당 분야에서 경력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례의 자격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로, 체육인은 아시안게임 1위 혹은 올림픽 3위 이상일 경우, 예술인은 지정된 42개 대회 중 하나에서 2위 또는 3위 안에 들 경우 이에 해당됩니다.

☝️ “대중문화예술만 소외하는 건 역차별이야!”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병역법 개정을 통해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의 기준은 순수예술인을 위한 것으로 국한되며 대중예술인은 배제되어 있죠.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의 측면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의 성과와 기여가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인, 스포츠인에 비해 지나치게 홀대받고 있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입장인데요. 이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매니지먼트연합회 국장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예술인이 누구인가 조사하면 전체 응답자의 58%가 BTS를 떠올리는데 현행 제도에는 대중문화예술인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은 뼈아픈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이 대중문화 업계는 이들이 이룬 성과와 국가에 대한 기여가 병역 분야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라며, 대중문화에 대한 차별 해소와 대한민국 콘텐츠 발전을 위해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에 편입될 수 있도록 개정안 합의를 거듭 요청했습니다.

🤚 “인기 많으면 병역특례? 어딜, 어림도 없지”

반면, 기존 순수예술 분야와 달리 대중예술 분야는 명확한 국제대회가 없기 때문에 자칫 국위선양의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병역법이 개정된 이후 이를 악용할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죠. 또한 엄밀히 말하면 국익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 BTS가 병역특례를 받는 것은 군대를 다녀온 평범한 2030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합니다. 전인범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역시 “이미 부와 명예 같은 다른 보상을 많이 받은 BTS에게 병역특례까지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더욱이 연예인이 대중들의 선망의 대상인 것을 고려하였을 때,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BTS 병역 문제로 분열된 한국>이라는 헤드라인으로 한국 병역특례 논란에 대립하는 양 입장을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나라가 분열되어 병역의 의무를 내려놓기 어려운 유일한 국가인데, 그게 원인이 되어 한 번 더 ‘분열’이라 불리니 참 마음이 복잡해지는데요🤧 우리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사안인 만큼, 국민 정서를 살피고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by. 🍒메리

🔥 여성 징병제,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

최근 몇 년 새 젠더 갈등이 화두가 되며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 징병제’입니다. 지난달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79.8%)로 ‘한국 사회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는데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하는 비율 역시 20대 남성(70.9%)에서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의 비율도 42.0%나 되었죠. 실제로 작년에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 29만 명 이상 동의한 바 있습니다. 청원인은 출산율과 과거에 비해 높아진 남성 징집률 등으로 인한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를 우려했고, 청와대는 이에 대한 답으로 “여성 징병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군 복무 환경, 성평등한 군 조직문화 개선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출산∙육아 문제, 군대 내에서의 성차별∙성폭력 위험, 그리고 시스템 재정비를 위한 막대한 예산 등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작년 공군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자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죠. 한겨레에서 진행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현직 공군 여군 부사관의 64%는 성범죄 피해를 겪었으며, 군대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46.2%가 ‘처벌이 약해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병역법 역시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요. 병역법 3조 1항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라는 조항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의 병역 의무는 남성에게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대의 인프라 역시 절대다수인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이와 관련해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더 나은 안전장치를 포함한 현 군대의 전면적인 개편은 여성 복무를 강요하는 어떤 논의보다도 선행돼야 한다”고 월드스트리트저널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 이미 시행중인 국가들

CIA World Factbook에 따르면, 남녀 모두를 징병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스라엘·노르웨이·스웨덴·쿠바·에리트레아 등 약 11개국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성평등을 위해 여성징집을 도입하며 당시 유럽 전역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노르웨이는 사회주의 정당 소속 여성 당원들의 앞장선 노력으로 2016년부터 남녀 모두에게 1년 간의 군 복무 기간을 부여하고 있으며, ‘여성 징병제’가 아닌 ‘성 중립적 징병제’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스웨덴 역시 자국에 잔존하는 성차별의 원인 중 하나로 징병제를 지목하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2017년부터 18세 이상 남녀 모두에게 9~12개월간의 복무 기간을 동등하게 부여하고 있죠.

👬 남녀가 같은 내무반을 쓰는 노르웨이

여성 징병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킨 노르웨이 역시 여성 징병을 도입하기까지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찬성 측은 “병역은 사회적 의무, 남녀 모두 동등하게 지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반대 측은 “출산·육아에 대한 부담이 큰 여성이 병역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맞붙었죠. 그러나 당시 노르웨이 국방부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여성을 징집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며,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군대라는 집단이 남성에게만 열려 있는 것은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여성 징집에 힘을 보탰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는 시작부터 남녀 공용 내무반을 운영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실제로 징병된 여성 병사의 63%가 남성과 같은 숙소를 썼고, 이러한 급진적 시도는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하죠.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여성 군인의 비율: 2010년 20.3%→2016년 15%)

🤔 어려운 점도 여전히 존재해

그러나 노르웨이와 우리나라는 휴전 상황, 병력 규모, 예산 등 여러 측면에서 그 실정이 상당히 다릅니다. 여성이 징집 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매우 까다로운 입대 조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전체 대상자의 10~15%만 군 복무를 실시하며, 양심적 병역거부 절차도 매우 간단하죠. 뿐만 아니라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여성징집의 반대 근거 중 하나입니다.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역시 재작년 한 여군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 후 살해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으며, 영국 여군의 62%는 군대 내에서 괴롭힘, 성폭력, 승진차별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여성 징병제는 앞으로도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 노르웨이의 사례와 그 밖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고루 구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해주세요. ♥️

by. 😕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