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빵 먹을 수 없어>

🦘: 최근 SPC 계열사 평택 공장에서 안전장치의 부재로 인해 한 노동자가 근무 중 숨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또, 20년 차 지역 농협 직원은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으로 인해 아이를 홀로 두고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는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SPC 안전사고’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기업 내 구조문제에 대해 고루 다뤄보았습니다.

🚧 안전장치의 부재가 부른 참사

🗣 까라면 까, 볼음도로 가!

강화도의 한 농협 지점에서 근무하던 20년 차 지역 농협 직원이 조합장과의 면담 이후 3일 만에 서강화농협 볼음분점으로 인사발령을 받았습니다. 발령 사유는 ‘면담 때의 태도’였는데요. 인사발령 사흘 전, 조합장은 직원에게 손님 응대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직원은 인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누가 그런 민원을 넣었는지 반문했는데요. 화가 난 조합장은 그 자리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면담 때의 태도를 이유로 발령을 냈습니다. 볼음도는 강화도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곳인데요. 직원은 9살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었는데 발령받은 볼음도에는 학교가 없어 아이를 강화도에 두고 혼자 가야 했습니다.

👑 지역 농협의 구조적 문제

위의 부당한 인사발령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사권과 경영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입니다. 조합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견제나 감시 장치가 전혀 통제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지역 농협은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대부분 지역 선후배 사이로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문제 제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요. 고충처리기구가 지역 조합별로 존재함에도 신원 노출 가능성 등으로 유명무실한 것이죠. 2017년부터 5년간 전국의 지역 농협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120건입니다. 이중 직장 내 괴롭힘은 5건인데 업계에서는 이보다 피해가 더 많을 거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역 농협은 폐쇄적인 직장문화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노동자의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 내가 은행 직원이 맞나요?

고용노동부가 9월 27일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성차별 등이 확인됐습니다. 주요 사례는 여직원에게 밥 짓기 및 화장실 수건 세탁, 회식 참여 강요 / 출자금 납부 강요 / 직장 상사에 대한 예절 강요 / 폭언이나 인사 규정에 맞지 않는 부당한 인사 발령과 퇴사 종용 등이었습니다. 해당 지점에는 ‘상사가 부르면 즉시 일어서자’ 등의 내용이 들어간 직장 상사에 대한 예절인 6대 지침도 있었는데요.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술을 따라 드려야 한다”는 등의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차별도 드러났습니다. 실태조사에서도 직원 중 54%는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여직원은 모두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 새마을금고에도 비슷한 문제가?

새마을금고는 전국의 본점을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새마을금고라는 이름은 같지만 각각 다른 법인인 것인데요. 이로 인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있지만 각 새마을금고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별 새마을금고는 선출직 임원인 이사장의 경영 아래 운영됩니다. 때문에 지점별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문제 등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인데요. 선출직 임원이나 실무 책임자가 내부에서 권력을 휘둘러도 제재할 수 없습니다.

*독립채산제: 단일기업 또는 공장·사업부 등의 기업 내 경영단위가 자기의 수지에 의해 단독으로 사업을 성립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경영관리제도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긴 한데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직장인 4명 중 3명은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하지 않고 참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9월 2~8일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은 전체의 29.1%였는데요.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들 중 38.2%는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했으나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의 73.5%는 상황을 참거나 모른 척했습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고(74.5%),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12.8%)였습니다. 실제로 신고자 66.7%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이들이 23.3%에 달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해도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가해지는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고 참는다는 설문조사가 있는데요. 우리 사회는 용기 낸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예방 교육 의무화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주었으면 합니다. 🙏

by. 🍷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