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오늘도 차에 치이고>

🦘: 님, 지난 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이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세계 모든 강아지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제정한 날입니다. 또한 지난 3일은 세계 야생동물의 날이기도 했죠. 오늘 레터에서는 ‘유기 동물’과 ‘로드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로드킬이란, 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야생동물 사망 원인 중 로드킬이 약 30%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사망하는 야생동물의 수가 질병, 사냥 등에 의해 사망하는 수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도로에서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은 4만 마리가 넘으며, 이 중 고라니가 2만 9,349마리로 전체 로드킬의 67.2%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너구리(5,437마리), 노루(2,039마리), 족제비(671마리), 멧돼지(573마리), 오소리(522마리), 멧토끼(161마리) 순입니다. 고양이는 야생동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로드킬로 가장 많이 죽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 두껍아 두껍아 왜 대답이 없니..

전남 광양시 비평 저수지 북쪽에 놓인 도로에 가면 ‘두꺼비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두꺼비는 산란기(2~3월)에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 회귀성 동물인데, 산란지와 서식지를 오가다 도로 위에서 사고를 당하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2019년 설치된 것이죠. 그러나 표지판을 만든 이후에도 4년 동안 두꺼비 1,400여 마리가 로드킬을 당했으며, 전체 두꺼비 중 로드킬을 당한 비율은 2020년 30.4%에서 올해 37.8%로 높아졌습니다. 최근 3년간 성체 두꺼비 개체 수는 2021년 1,832마리, 2022년 1,292마리, 2023년 540마리로 지난해 대비 올해 절반 넘게 급감했는데요. 로드킬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암수 성비 불균형* 현상까지 보이고 있어 두꺼비 서식지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암수 성비 불균형: 산란에 참여하는 암컷에 비해 수컷이 상대적으로 많을 경우, 포접 상태에서 압사하거나 질식해 죽는 경우가 생긴다.

📝 생태통로 관리 수준은 천차만별

정부는 로드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도로에 생태통로와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생태통로 인근에서도 계속해서 로드킬은 발생하고 있죠.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생태통로 55개에 센서 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의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야생동물을 유도하는 나무를 심는 등 사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생태통로 222곳 중 모니터링 시설이 설치된 곳은 29곳인 13%에 그치고, 최근 5년간 유지관리·보수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생태통로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생태통로의 관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생태통로가 전부는 아니야 

한편, 전문가들은 “생태통로의 주 역할은 도로로 단절된 생태 축을 다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일 뿐 본질적으로 로드킬 예방책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2017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로드킬 방지 대책’을 보면 나라마다 사는 동물이나 도로 교통량에 따라 대책이 달랐습니다. 소형 포유류가 많은 네덜란드는 도로 하단에 파이프를, 대형 포유류가 존재하지 않는 일본은 동물의 도로 진입을 막는 데에 초점을 맞춰 도로 진입 방지용 울타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죠.  작년 10월, 환경부·국토교통부·국립생태원 등은 ‘2022년도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저감 대책’을 새롭게 수립했는데요. 로드킬 다발 구간 중 상위 80구간을 새롭게 선정해 저감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며, 250km에 달하는 울타리를 설치하고 내비게이션 업체에 주의 구간을 표시하도록 할 방침이라 밝혔습니다.

📞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로드킬 예방법

우선, 로드킬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저속 주행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동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는 특히 조심해서 운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야생동물을 발견했다면 상향등을 내리는 것이 좋은데요. 동물들은 밝은 빛을 보면 시야가 차단돼서 움직임을 멈추거나 차를 향해 달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로드킬 신고법

사고가 난 경우 안전한 곳에 차량을 정차시킨 후 비상등과 삼각대를 설치해야 합니다. 로드킬 사체는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꼭 신고해야 하는데요. 사고를 당한 동물의 어미나 새끼가 사체 근처를 맴도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죠.

신고 기관은 위의 표를 참고하면 됩니다. 추가로, 환경부 로드킬 신고 앱인 ‘굿로드’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매년 차에 치여 죽었던 수많은 동물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한 해에 죽어가는 동물의 숫자와 그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같이 마주하게 될 때면, 숫자의 잔혹함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 땅은 인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계속 늘어나는 도로들로 인해 사라지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by. 🦦호롱